해군 SW개발병 합격 수기
2025년 1월 22일. 해군 SW 개발병으로의 입대가 확정되었다. 이 포스트는 필자의 해군 SW 개발병 준비 및 합격까지의 과정을 담은 글이다.
해군 SW 개발병을 선택한 이유
필자는 군대를 미루고 있었다. 남들 다 가는 시기보다 2~3년 정도는 밀린 거 같다. 필자는 물리학과로 재학 중이라, 원래는 물리과 대학원에 박사 전문연으로 들어가서 군을 해결하려고 했다. 분명 대학교 2학년 1학기까지는 그런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2학년 2학기 때 친구들이랑 같이 DApp을 하나 만들다가 제품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껴서 2학년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냅다 휴학을 하고 gazilab이라는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가게되었다.
그렇게 2년 정도를 개발자로 일했는데, 앞에 DApp을 만들 때 처음 FrontEnd를 했으니.. 군에 오기 전까지의 개발 경력이 2년 반 정도 되었던 거 같다. 사실 남들보다 시작이 늦어서 아는 것도 많이 없고, 전공도 물리인지라 컴퓨터 관련 지식이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래도 제품을 만들면서 배운 나름의 지식들이 있었고, 2년간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그래도 내가 스타트업과 잘 맞는 성향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물리과에서의 박사로의 꿈은 조금씩 멀어지고.. 제품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의 자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제품을 만들고 유저의 반응을 확인하고, 제품을 더 디벨롭 시키고 사업으로까지 확장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실 그리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제약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필자의 삶에 남은 가장 큰 제약조건은 바로 군대 였다.
- 산업기능요원으로 빠질수는 없을까 생각했는데, 신체검사가 1급이 떠서 이는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내 몸을 안 건강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 그리고 고려했던 건 카투사인데, 영어 자격증 따는 게 조금 늦어져서 2025년에 입대하는 카투사에 지원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준비했어야했는데 좀 아쉬운 결과긴 하다..,,
- 마지막으로 공군으로 갈까 했는데, 1차 점수 컷이 갑자기 99점을 찍지를 않나.. 봉사로 8점, 기능사로 6점, 다자녀로 2점까지 받았는데도 3점이 부족했다. 영어 자격증에 한국사나 한자 자격증 등이 있어야 추가로 점수를 얻을텐데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군 점수가 너무 높다라고 생각하던 시기에 다른 방안은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SW 개발병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육군, 해군, 공군 모두 있는 것 같은데, 각각 검색을 해보니 해군 SW 개발병 글이 많았다. 전역을 하신 분들, 그리고 합격하신 분들이 블로그를 많이 쓰셨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그리고 경쟁률도 비교해보니, 해군 SW 개발병의 경쟁률이 육군 SW 개발병보다는 대체로 낮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을 오게 되면서 자신의 경력이 중단되고는 하는데, 그래도 SW 개발병으로 오면 내가 2년 반 동안 쌓아온 개발자라는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2년 반이라는 작은 시간으로 여기에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해군 SW 개발병 준비
서류 평가
전역 후기 글, 합격 수기 글 등을 읽어보면서 SW 개발병으로 가면 무슨 일을 하는지, 합격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 지 등을 파악했다.
먼저, 해군 SW 개발병은 실제로 개발을 한다는 글을 본 적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유롭게 개발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개발을 할 수 있는 게 어디인가. 환경이 어떻더라도 오히려 필자가 개발했던 환경이랑 다른 환경일거라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해군 SW 개발병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병무청 사이트에 가면 자세하게 잘 나와있다.
다른 병과들이랑 거의 동일한데, 자격 부분이 조금 다르다. SW 개발병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둘 중에 하나의 조건을 만족하면 된다.
- 위 자격증을 소지한 자
- 위 전공 소재의 대학 재학/휴학 또는 졸업자
필자의 경우, 전공이 물리였기 때문에 전공 조건은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었기에 자격 요건을 겨우 맞춰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순으로 점수가 5점씩 차이가 나고, 기능사가 있을 때 얻는 점수가 굉장히 크다. 관련 학과라고 해도 기능사를 따놓으면 합격률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혹시나 SW 개발병을 오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기능사 자격증이라도 꼭 따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필자가 굳이 해군을 골랐던 또다른 이유 중에, 경력 점수를 엄청 많이 쳐준다는 것도 한 몫 했다. S/W 개발 경험이 2년 이상이면 기사 자격증과 동일한 급의 점수를 준다. 필자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2년간 개발자를 한 경력을 토대로 30점을 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전공은, 관련 전공이면서 학기를 많이 수료할수록 점수가 높다. 필자는 물리과라 비전공으로 분류되어 24점만 받았다.
따라서, 필자의 최종 점수는 정보처리 기능사 20점, 경력 30점, 전공 24점을 받으면서 총 74점이 1차 최종점수였다. 사실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동일 전공이면서 경력에 기능사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필자가 무조건 밀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서를 접수했는데, 다행히도 1차 서류 점수 중에서 선발 1순위가 나왔다. 사실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면접 평가
서류 평가의 만점이 100점이다. 면접 평가의 만점도 100점이다. 서류평가와 면접 평가의 최대 점수가 동일하다. 즉, 면접이 전체 점수의 50%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이는, 서류 점수가 낮더라도 면접을 잘 보면 한 순간에 뒤엎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면접 점수의 위계가 높기 때문에 필자는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인터넷에 있는 글들을 많이 참고하고, 합격 수기 블로그를 쓰신 분들께 댓글로 준비 과정을 여쭤봤다. 필자가 중점적으로 준비했던 것들은 아래와 같다.
-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간략한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이를 무조건 인쇄해서 들고가자. 그리고 적어도 내가 포트폴리오에 적은 것들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자신있는 프로젝트 또는 경험을 적고, 그 경험을 통해 본인을 어필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
- SW 개발병이기 때문에 FrontEnd, BackEnd를 넓게라도 두루두루 아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원래 FrontEnd를 중점적으로 하던 사람인데, 면접 준비를 하면서 BackEnd에 대한 개념도 열심히 공부해갔고, 이 공부가 실제로 면접 때 도움이 되었다.
해군 SW 개발병 면접 및 합격
해군 SW 개발병은 직접 계룡대로 가서 면접을 본다. 필자의 경우 12월 중순쯤 면접을 봤던 거 같은데, 면접 다음날 봐야하는 시험이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안 가면 무조건 불합격이니 개발병 생활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힘들더라도 면접은 꼭 보길 바란다. 아무튼, 면접을 보고 결과 발표는 대략 1달 이후에 난다고 했다. 면접을 본 이후 1달의 시간이 잘 안갔다. 불안감 때문인지, 높아져만 가는 공군 커트 점수를 보며 자격증이라도 더 준비해야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필자는 자격증 공부를 더 하지는 않았다. 개발병에 떨어지면 다시 개발병을 쓸 것 같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개발자로써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너무 큰 메리트였다.
그렇게 1달이 흐르고 1월 22일, 병무청으로부터 카카오톡이 날라왔다. 다행히도 합격했다는 소식이었고, 2025년 3월 17일에 진해 기초군사교육단으로 입소하라고 했다. 그렇게 필자는 해군병 712기에 입대하게 되었다.
열심히 준비하길 잘했다.
시간이 지나고 합격을 해서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열심히 준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많이 든다. 준비하면서 공부하고 배운 것들도 많고, 입대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얘기하면서 성장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느낀다. 앞으로 전역까지 14개월이나 남긴했으나 …. 그래도 지금 SW 개발병으로 군대를 온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해군 SW 개발병으로 입대하고 나서의 생활은 다른 포스트에 적도록 하겠다.
해군 SW 개발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모두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