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SW 개발병 복무 일지 (1)
2025년 3월 17일, 해군 SW 개발병으로써 입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입대하고 벌써 6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6개월동안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포스팅하려 한다.
훈련소
해군 SW 개발병이라고 해서 훈련소는 남들과 다를까? 아니, 그렇지 않다. 동일하게 진해 기초군사교육단에서 똑같은 훈련을 다같이 받는다. 솔직히 말해서, 지나고 보니 훈련소 때 기억이 참 많이 난다. 꽤나 재미있었나보다. 훈련이 힘들어 미치겠다 싶은 정도도 아니었고,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너무 좋은 사람들이어서 행복하게 5주를 보냈던 것 같다.
훈련소를 입소하면서, 훈련소에서 해야겠다 하고 세운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스타트업 씬에서 제품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었는데, 군에서 시간이 많이 있다면, 아이디어를 최대한 적어놓자 하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훈련소에 입소할 때 공책과 볼펜들을 많이 챙겼다. 그리고 실제로 비는 시간이 있으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동기들과 이야기해보고 아이디어들을 많이 떠올리고 적어냈다. 동기들 중에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분이 있었는데, 추후에 자대도 같이 가는 사람이라 군 생활동안 제품을 잘 만들어보자 하고 아이디어 디벨롭도 하고 그랬었다.
후반기 교육
훈련소를 마치고는 후반기 교육을 들으러 갔는데, 여기서 우연히 포스터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2025 해군 창업 경진대회 포스터였다. 2월부터 5월까지 3달간이나 접수를 받고, 정말 많은 해군 장병들 및 간부들도 참가하는 대회였다. 이를 발견한 시점은 4월 말이었다. 접수 마감까지 대략 2주 정도가 남은 상황에 이를 발견했다. 이를 발견하고 필자가 느꼈던 감정은… 정말 기뻤다! 아직 마감이 안된데다가, 훈련소 때 세웠던 목표를 통해 디벨롭한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보자 했던 동기도 같은 후반기 및 자대를 가는 사람이라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번 해군 창업 경진대회 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창업 경진 대회에서 요구하는 제출물을 준비하느라 정말 바쁘게 후반기가 지나갔다. 휴대폰을 받을 수 있는 조금의 시간 동안 접수에 필요한 제출물을 모두 적고, 지원서를 어떻게 적어낼지를 공책에 꾸준히 적어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문제’ 가 실제로 타겟들이 겪는 문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최소한의 문제 검증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한 ‘문제’ 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들을 포함한 Google Form을 만들어서 지인들 및 여러 커뮤니티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대략 140명 정도의 사람들이 설문을 참가했고, 우리가 생각했던 문제가 꽤나 유효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써 약하게라도 검증할 수 있었다. 이 검증 데이터가 창업 경진 대회에서의 우리의 피칭에 엄청난 신뢰 자료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정말 잘 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원 마감 전, 외박이 한번 있었는데, 이 외박 때 내내 PC 방에서 우리가 만들 제품의 Software Design과 CAD를 통한 Hardware Deseign도 완료하였다. 이로써 해군 창업 경진대회를 지원할 준비를 마쳤고, 공책에 써내려간 지원서 내용과 디자인 시안들 및 문제 검증을 위한 설문 데이터들을 정리하여 실제로 대회에 지원하게 되었다.
자대에 왔다!
자대에 와서도 첫 달은 창업 경진대회 준비만 했던 것 같다. 접수한 서류가 나쁘지 않았는지, 운 좋게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고, 실제로 대회 때 피칭을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피칭 덱을 만들고, 제품에 대한 질문 준비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실제로 피칭을 하고 왔고, 결과는 전체 지원한 446팀, 1,439명 중에서 당당하게 우수상을 타고 전체 순위 6위라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얻은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필자의 팀은 NV712 라는 이름을 가진 팀이었는데, 관련 기사는 여기에 있다. 모든 팀들 중에서 이병이 포함되어있고, 이병으로만 이루어진 팀은 필자의 팀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했다. 이병 신분으로 수상을 한 케이스가 굉장히 특별하니 그랬던 것 같다. 혹시나 제품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물어보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변하겠다.
아무튼! 이제 창업 경진대회는 끝났고, 이리저리 준비하느라 바쁘게 3달이 흘렀다. 이제 피칭도 끝나고 더 이상 쓸 기획서는 딱히 없으니 제품을 실제로 개발하기 위한 개발 환경이 필요했다. 다행히 필자의 부대에는 사지방이 있었다. 그래서 사지방에서 개발을 하기 위한 환경을 구축해야했다. 사지방 컴퓨터는 사용 종료를 하게 되면 내가 다운받았던 이미지라던가 설치했던 파일 등등이 다 없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개발을 해야할까?
사지방에서 개발을 해보자!
필자는 일단 웹과 앱을 개발을 했어야했다. 그래서 이를 쉽게 브라우저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찾고있었다.
Replit
처음으로 골라본 서비스는 Replit 이다. 다양한 프레임워크에 대한 스타터 템플릿을 제공해주고, 호스팅도 다 해준다. 모든건 클라우드 기반이라 온라인 웹 내에서 기록이 자동 저장되며, 따라서 사지방 컴퓨터가 꺼져도 기록이 남아있어 작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private 레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금액을 결제해야했다. 그리고, 협업을 위해서라면 서로 다른 독립된 환경을 가지고 개발을 하고, 개발 형상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코드를 Integration 해야하는데 Replit에서는 협업을 할 때 내가 코드를 바꾸면 상대방 PC에서도 실시간으로 그게 반영이 되었다. 이러다가 작업 파일이 겹치면 조금 관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Github Codespace
github에서 제공하는 Web VS Code IDE 이다. Replit처럼 브라우저에서 코드를 짜고 저장도 자동으로 다 되고 한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github에서 제공하므로 git이랑 연동도 매우 잘 되고, VS Code와 동일한 UX를 가지고 Extension도 설치할 수 있으므로 환경을 나름 커스텀할 수도 있다. github 계정 Free plan이어도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무료 사용 시간이 있기에, 군에서 일과 끝나고 개발하는 시간 생각하면 무료 플랜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속도가 느리다.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싶으면 사실 스펙을 올리면 되는데, 그러면 돈이 더 많이 들어가서 무료 플랜으로는 운영이 힘들다. 필자도 1~2달 정도를 github codespace로 개발했는데, 원활히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Code-Server + VM
정말 운이 좋게도, 클라우드 가상 환경(VM) 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가진 환경은 아닌데, Sigee 님께 도움을 받아서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된 VS Code Web IDE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Free Tier를 이용하고 있어서 비용 걱정도 없고, Free Tier치고 스펙이 꽤나 괜찮아서 아주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Sigee 님의 블로그 포스트 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마치며
군 생활과 환경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그래서, 최대한 개인의 경험 및 알려진 정보들을 사용해서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창업 경진대회 부터 사지방 개발 환경 세팅까지 진행했는데, 이제 어느정도 개발 환경이 세팅되었으니 개발을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개발을 해야할까 고민인데, 혹시나 추천해줄만한 주제가 있다면 댓글 부탁한다 :)

